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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논평

정부의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논평

Korean Government’s New Policy : so-called ‘Cryptocurrency Transaction Real Name System’

By Heechan Jeong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

금융위원회는 2018. 1. 23.자로 ‘가상통화 거래소 현장조사 결과와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을 부위원장 명의로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작년 12월 국무조정실이 언론에 공표하였던 ‘긴급대책’와 ‘특별대책’의 내용을 그대로 집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본래 예고되었던 시한은 1월 20일이었지만 정부는 이러한 시한을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그 내용 중 무엇보다도 가장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금융위원회가 국무조정실 공표 ‘특별대책’에 포함되었던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1월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분명하게 밝힌 부분입니다. 그런데 ‘실명제’ 내지 ‘벌집계좌’ 등과 같은 용어가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사용되면서 이를 듣는 개인들은 도대체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실명제’는 주로 ‘부동산 실명제’와 ‘금융실명제’라는 제도와 관련하여 듣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에 특히 ‘금융실명제’와 이 새로운 실명제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관련해서도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서 설명하자면 이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란 다음과 같이 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시행되면 가상통화 취급업소 거래 은행에 본인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는 해당 계좌를 통해 입출금을 하게 되며 가상통화 취급업소 거래 은행에 본인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용자는 출금은 가능하나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입금은 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거래 은행에 새로 본인 계좌를 개설해야만 신규 자금을 입금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외국인과 민법상 미성년자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의 이용이 제한됩니다. 이번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시행되면, 기존의 ‘가상계좌 서비스’는 더 이상 가상통화 거래에 활용되지 않습니다.”(2018/01/23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모두 발언)

이외에도 이 ‘가이드라인’은 하루에 1,000만원, 일주일에 2,000만원 이상 가상통화 취급업소(거래소)에 입금 또는 출금이 되는 경우에는 금융정보분석원에 자동 통보되어 검토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

“이러한 금융위원회의 조치를 보면서 개인들은 분명히 이러한 정부의 조치를 뒷받침하는 법률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며 이러한 법률을 잘 보면 금융위원회가 이와 같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법률도 없이 이와 같은 조치를 정부기관이 취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 국가 내지 법치주의 국가가 아닐 것인데 개인들은 분명히 자신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고 법치주의 국가라는 점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정부의 특별대책에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저희 법률사무소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헌법재판소도 헌법소원이 제기된 후 가장 먼저 행한 조치가 바로 국무조정실에 이와 같은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잠정적으로 가상계좌를 통한 거래를 중지시킨 근거가 된 법률 조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사실조회의 형식으로 의견을 듣기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에 주어진 시간은 단 5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조회를 정부측에 요청한 헌법재판관은 그 유명한 강일원 재판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조회에 대해서 금융위원회는 국무조정실을 대신해서 그 법률적 근거가 은행법이 정한 ‘금융기관등에 대한 약관변경 권고권한’ 및 특정금융정보법이 정한 ‘금융기관 감독에 필요한 명령, 지시권’이라 밝힌 바가 있습니다.(2018/01/15 금융위원회 사실조회 답변서)

약관변경 권고에 의한 것이면 약관변경이 실제로 일어났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선 거래소에 은행이 제공한 약관이 실제로 변경된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변경하라는 내용의 권고 공문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금융정보분석원장의 명령이나 지시가 은행에 대하여 발령되었음을 보여주는 어떠한 공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저희 사무소에서는 이러한 공문을 대신할 수 있는 회의록이라도 있으면 제출하여 줄 것을 요청해달라는 취지의 구석명신청을 헌법재판소에 한 상태입니다.

그러던 중 금융위원회는 2018. 1. 25.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한 의견서”라는 것을 제출하였습니다. 여기서 금융위원회는 본격적인 헌법이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 가지입니다.

  1. ‘내부 논의’ 이론 : 정부기관의 내부 논의에 불과하다는 주장
  2. ‘자발적 협조’ 이론 : 은행이 자발적으로 협조하였을 뿐이란 주장
  3. ‘간접이해관계’ 이론 : 청구인에겐 대책의 직접 영향이 없다는 주장

이러한 주장은 결국 정부는 아무런 공권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고 내부 논의만 하였는데 이를 본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협조를 하였고 이러한 결과가 청구인에게는 아무런 직접적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말 무서운 논리입니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국가가 단 한장의 공문도 없이 국가의 의견에 순종하는 독과점 기업을 시켜서 침익적 행정, 나아가 사실상의 입법사항을 시행한 후 이는 전적으로 해당 기업의 자발적인 선의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하기만 해도 전적으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 특히 은행이란 일반 개인들의 거의 모든 활동에 관계됩니다. 그래서 은행이 일반 개인들에게 특정 형태의 거래를 강제하고 그 이외의 거래 형태를 원할 때 은행에 대한 접근을 거절하게 되는 경우에는 사실상 일반 개인과 기업들의 경제적 활동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형태의 금지권과 허가권을 은행이 행사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은행도 사기업이기 때문에 경제논리에 따라 행동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객과의 거래를 중단하게 된다면 그것은 사적 자치로서 존중되어야 할 면이 있을 것이고 금융위원회의 위 논리도 이와 같은 은행의 사적 자치의 자발적 행위 선택의 뒤로 숨겠다는 것입니다.

헌법이론에 따르면 ‘스테이트 액션 독트린(state action doctrine)’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에 관한 미연방대법원의 대표적인 판결은 Public Utilities Commission v. Pollak(343 U.S. 451, 1952)으로 정부의 지침에 따라 그 규제를 받는 사기업체가 기본권 침해행위를 하는 경우 정부 행위에 대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해줄 것을 개인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정부규제이론(governmental regulation theory)’이라고도 불립니다.

아무튼 위와 같은 금융위원회의 논리가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우리 대한민국은 군부독재 시절 관치금융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전체주의 국가”라는 고백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금융위원회의 주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고민이 어떠한 것인지를 우리 모두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단소송 신청 Class Action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 정희찬 hcjeong@anguk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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