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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본법의 개정 방향

AI 기본법의 개정 방향

접근권의 보장과 인공지능에 의한 자유 침해의 방지

AI로부터의 배제를 막고, AI에 의한 지배를 막는 국가의 새로운 책무

초록

현행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인공지능산업의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하나의 법률 안에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법의 중심 구조는 여전히 산업 진흥, 추진체계, 사업자의 절차적 책무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이 교육·노동·사업·행정·권리구제에 참여하기 위한 보편적 인지 인프라가 된다면, AI 거버넌스는 산업정책과 위험관리의 차원을 넘어 국민의 지위를 규정하는 문제로 발전해야 한다.

이 글은 사회적 의미의 AI 거버넌스를 두 축으로 재구성한다. 첫째는 경제적·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인공지능의 능력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이고, 둘째는 국가와 기업의 인공지능에 의해 감시·분류·조작되거나 자동화된 판단에 종속되지 않을 권리이다.

이에 따라 현행법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하고, 보편적 접근권, 고영향 인공지능의 권리보장, 인간에 의한 재심, 공공부문 특별통제, 독립적 감독과 실효적 구제 등을 중심으로 개정 방향을 제안한다.

주제어: 인공지능기본법, AI 거버넌스, 인공지능 접근권, 자동화된 결정, 인간의 감독, 인공지능 사회보험


목차

  1. 문제의 제기: 산업정책을 넘어 사회질서로
  2. 현행 AI 기본법의 성격과 성과
  3. 첫 번째 공백: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적 접근권
  4. 두 번째 공백: 인공지능에 의한 자유 침해의 방지
  5. 두 권리 사이의 긴장
  6. 개정의 기본원칙
  7. 구체적인 개정 방향
  8. ‘인공지능 사회보험’의 가능성과 한계
  9. 규제의 실패를 막기 위한 제도 설계
  10. 결론: 배제되지 않고 지배되지 않을 권리

Ⅰ. 문제의 제기: 산업정책을 넘어 사회질서로

인공지능을 둘러싼 법적 논의는 오랫동안 기술 발전과 위험 규제 사이의 균형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국가는 연구개발과 산업을 지원해야 하지만, 동시에 안전하지 않거나 불투명한 인공지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단순한 제품이나 개별 서비스가 아니라 인간의 학습·판단·표현·노동을 증폭하는 범용 인프라로 발전하면서 기존의 질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되었다.

고성능 인공지능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문서를 조금 더 빨리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더 넓은 자료를 탐색하고, 더 짧은 시간에 새로운 분야를 학습하며, 여러 대안을 비교하고, 시행착오를 값싸게 반복할 수 있다. 기업은 다수의 전문 에이전트를 이용하여 기획·개발·영업·법무의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의 격차는 실제 사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총체적 인지 역량의 격차가 된다.

금전빈익지능빈(金錢貧益知能貧), 금전부익지능부(金錢富益知能富).

돈의 격차가 지능 접근의 격차가 되고, 지능 접근의 격차가 다시 돈의 격차를 확대한다.

이러한 순환이 굳어진다면 인공지능은 지식과 능력을 민주화하는 기술인 동시에 새로운 계급화를 촉진하는 기술이 된다.

한편 국가와 기업은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개인의 성향과 위험을 예측하고, 복지·채용·신용·보험·교육·수사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이때 개인은 인공지능의 혜택에서 배제되는 동시에 인공지능의 판단에는 강제로 노출되는 모순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의미의 AI 거버넌스는 두 개의 국가적 책무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1.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적 접근권을 보장하는 적극적 책무
  2. 인공지능에 의한 개인의 자유 침해를 방지하는 보호의무

이를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AI로부터의 배제를 막고, AI에 의한 지배를 막는 것.


Ⅱ. 현행 AI 기본법의 성격과 성과

현행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2025년 제정되어 2026년 1월 시행되었고, 같은 해 개정을 거쳐 현재의 체계를 갖추었다.

법은 인공지능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통해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을 보호하고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국가 차원의 기본계획과 추진체계, 연구개발·표준화·데이터·인프라·인재 지원, 생성형 및 고영향 인공지능에 관한 투명성과 안전성 의무를 규정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제도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 생성형 또는 고영향 인공지능에 기반한 제품·서비스임을 사전에 고지하는 의무
  •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에 그 사실을 표시하는 의무
  • 고영향 인공지능에 관한 위험관리
  • 주요 판단기준 등에 관한 설명 방안
  • 이용자 보호 방안
  • 사람에 의한 관리·감독
  • 안전성·신뢰성 조치에 관한 문서 작성과 보관

이러한 규정은 인공지능의 개발과 이용을 사업자의 기술적 자율에만 맡길 수 없으며, 사람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에는 별도의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법률 차원에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법 전체의 무게중심은 국민의 주관적 권리보다 국가의 산업정책과 사업자의 관리절차에 놓여 있다.

국민은 법의 목적과 정책의 수혜자로 등장하지만, 인공지능사회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결정을 거부하며 어떠한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제한적인 지위만을 가진다.

현행법은 다음 질문에는 상당 부분 답하고 있다.

AI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사업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그러나 다음 질문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

AI 사회에서 인간은 어떠한 지위를 가져야 하며, 국가는 국민에게 어떤 의무를 부담하는가?


Ⅲ. 첫 번째 공백: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적 접근권

1. 산업의 확산과 국민의 접근권은 다르다

인공지능산업을 육성하고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을 지원한다고 해서 모든 국민에게 실질적인 접근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공급이 확대되어도 최고 성능의 모델과 대규모 연산, 전문 데이터와 에이전트 기능은 가격에 따라 계층화될 수 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의 어떤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는 형식적 가능성이 아니다. 교육·구직·사업·권리구제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행법은 인공지능 활용의 확산과 산업 기반의 조성을 국가 정책으로 규정하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필수적 인지수단에서 배제되지 않을 개인의 권리를 직접 구성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사항도 아직 법의 중심 의무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

  •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적인 AI 이용 지원
  •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접근성 기준
  • 지역·소득·장애에 따른 이용 격차의 정기적 조사
  • 인공지능 접근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가의 구체적인 시정 의무
  • 교육·법률구조·행정 분야에서의 최소 AI 서비스 보장

2. 접근권의 법적 성격

인공지능 접근권을 무제한의 최신 모델 사용청구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가장 비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아니다.

통신과 교육, 의료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 수준을 정하고, 누구나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공적 기반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인공지능 접근권은 다음과 같은 기존의 기본권 및 국가적 책무가 인공지능사회에서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 정보접근권
  • 교육을 받을 권리
  • 직업의 자유
  • 평등권
  •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 사회보장에 관한 국가의 책무

초기에는 국가의 정책목표와 객관적 책무로 규정하되, 교육·행정·법률구조와 같이 기본권 실현에 직접 필요한 영역부터 구체적인 급부청구권으로 발전시키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다.


Ⅳ. 두 번째 공백: 인공지능에 의한 자유 침해의 방지

1. 투명성과 자유의 보장은 동일하지 않다

인공지능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고지만으로 개인의 자유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채용, 대출, 보험, 교육, 복지, 수사와 같은 결정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AI 사용 표시가 아니다. 그 결정의 이유를 이해하고, 잘못된 정보와 편향을 다투며, 인간에게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법상 고영향 인공지능 사업자의 설명 방안과 이용자 보호 방안은 사업자의 책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영향을 받은 개인에게 다음과 같은 권리가 충분히 부여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일반적이고 직접적인 설명청구권
  •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권
  • 잘못된 데이터의 정정권
  • 인간에 의한 재심청구권
  • 신속하고 실효적인 피해구제청구권

영향평가도 개인의 권리구제를 완성하는 장치라기보다 사업자의 위험관리 수단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2. 자유 침해의 새로운 형태

인공지능에 의한 자유 침해는 개인정보 유출에 한정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행위도 인공지능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 사람의 취약성이나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쳐 행동을 유도하는 조작
  • 프로파일링을 통한 교육·고용·금융 기회의 제한
  • 집단적 특성을 개인에게 투사하는 통계적 차별
  • 표정·행동·발언을 이용한 감정과 성향의 추론
  • 공공기관과 기업에 의한 상시적 감시
  • 인간의 검토 없는 자동화된 의사결정
  • 인공지능의 판단을 객관적 사실로 간주하는 자동화 편향

개인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직접 유출되지 않았더라도 AI가 만들어낸 분류와 예측 때문에 실질적인 자유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개정법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개별 영역 법률에 모든 문제를 분산시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인간의 존엄과 자율성, 공정한 절차, 인간의 최종적 주도권이라는 공통 원칙을 AI 기본법에 명시해야 한다.


Ⅴ. 두 권리 사이의 긴장

접근권 보장과 자유 보호는 서로 보완적이지만 언제나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용권을 지급하고 공공 AI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체계에 국민의 대화와 관심, 건강과 재산, 사업상 비밀이 집중되면 국가는 국민의 사고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례 없는 능력을 얻게 된다.

반대로 안전과 권리 보호를 이유로 엄격한 인증과 허가를 요구하면 규제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만 시장에 남을 수 있다. 오픈소스와 저가 모델의 진입이 막히면 선택권과 접근권이 오히려 약화된다.

국가가 정한 ‘안전한 AI’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은 보호라는 명분 아래 지적 자유를 제한할 위험도 있다.

접근을 보장하는 국가가 감시자가 되어서는 안 되고, 자유를 보호하는 규제가 지능 접근의 장벽이 되어서도 안 된다.

개정법의 핵심은 어느 한쪽을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두 권리의 긴장을 법 구조 자체에 반영하는 데 있다.

지원과 감시의 기능을 분리하고, 국가가 이용 내용이 아니라 자격과 사용량만 확인하도록 하며, 공급자 선택권과 데이터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규제는 기업의 규모나 기술 명칭이 아니라 구체적인 영향과 위험에 비례해야 한다.


Ⅵ. 개정의 기본원칙

1. 인간 중심성

인공지능은 인간의 판단과 능력을 지원하는 수단이다. 인간은 단순한 데이터의 대상이나 시스템의 부속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2. 보편적 접근

누구도 경제적·지역적·신체적 조건만으로 사회생활에 필요한 인공지능 이용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3. 비지배

개인은 인공지능에 의한 중대한 결정의 이유를 알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인간의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4. 위험비례성

규제의 강도는 사업자의 규모나 특정 기술의 명칭이 아니라 생명·신체·기본권과 기회에 미치는 영향, 회복 가능성 및 적용 범위에 비례해야 한다.

5. 다원성과 이동성

국가·시장·오픈소스 공동체가 공존해야 한다. 이용자는 공급자와 모델을 변경하고 자신의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6. 실효적 구제

선언적 윤리와 사업자의 자율적인 관리절차를 넘어 감독, 시정, 손해회복과 집단적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Ⅶ. 구체적인 개정 방향

1. 목적조항과 기본원칙의 재구성

목적조항에 산업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뿐 아니라 다음 두 가지를 병렬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1. 인공지능에 대한 공정하고 보편적인 접근의 보장
  2. 인공지능의 개발·제공·이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방지

기본원칙에는 모든 사람이 인공지능의 혜택을 공정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과, 인공지능의 판단에 종속되지 않고 인간의 자율성과 주도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포함해야 한다.

2. 보편적 AI 접근에 관한 별도 장

법에 ‘인공지능 접근과 포용’에 관한 별도의 장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 정기적인 AI 접근격차 실태조사
  • 국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최소 AI 서비스 기준의 설정
  • 공공 교육과 이용시설의 확충
  • 장애인·고령자·저소득층·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지원
  • 인공지능 서비스의 접근성 표준 마련
  • 지역 및 계층에 따른 접근 격차의 개선
  • AI 리터러시 교육과 권리교육의 제공

지원 방식은 단일한 국영 모델의 제공보다 이용자에게 귀속되는 바우처 또는 크레딧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용자는 요건을 충족한 복수의 민간·공공·오픈소스 서비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공급자 변경과 데이터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이는 국가 독점과 특정 사업자에 대한 종속을 동시에 줄이는 방법이다.

3. 영향을 받는 자의 권리 명문화

고영향 인공지능의 이용자뿐 아니라 그 결정으로 실질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 다음 권리를 명시해야 한다.

  1. 인공지능이 결정 또는 판단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또는 지체 없이 통지받을 권리
  2. 결정의 주요 요인, 사용된 정보의 범주, 인간의 관여 정도에 관해 이해 가능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
  3. 잘못된 정보의 정정을 요구할 권리
  4. 인공지능에 의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
  5. 중대한 법적·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인간에게 재심을 요구할 권리
  6. 권리행사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
  7. 신속하고 저렴한 분쟁해결 절차를 이용할 권리

여기서 인간에 의한 재심은 형식적인 승인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심 담당자는 인공지능의 판단을 변경할 실질적인 권한과 충분한 정보를 가져야 한다.

4. 금지되는 인공지능 관행의 설정

모든 위험을 사업자의 관리절차에 맡길 수는 없다. 인간의 존엄과 민주적 질서에 본질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관행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연령·장애·경제적 곤궁 등 개인의 취약성을 악용하여 중대한 결정을 유도하는 행위
  • 정당한 법적 근거 없이 공공서비스 이용자를 포괄적으로 사회적 점수화하는 행위
  • 기본권 행사나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기회를 제한하는 고위험 프로파일링
  • 필요한 범위를 넘어 생체정보와 감정정보를 지속적으로 추론하는 행위
  • 인간의 검토 없이 중대한 불이익을 확정하는 완전 자동화 결정

다만 금지범위는 기술의 명칭이 아니라 행위와 효과를 중심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추상적인 금지조항은 표현과 연구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권한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공공부문 인공지능에 대한 강화된 통제

국가는 규제자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 이용자가 될 수 있다.

복지 대상 선정, 세무조사, 출입국, 수사, 치안, 교육, 공공채용 등에서 공공기관의 AI는 사인의 서비스보다 직접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한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고영향 인공지능에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의무가 필요하다.

  • 도입 전 기본권 영향평가
  • 사용 목적과 적용 범위의 공개
  • 성능과 오류율에 대한 정기적인 검증
  • 독립기관 또는 외부 전문가에 의한 감사
  • 인간의 실질적인 최종결정
  • 불복절차와 담당기관의 고지
  • 조달계약상 알고리즘 및 데이터 감사권의 확보
  • 시스템 중단과 철회 절차의 마련

영업비밀은 일정 부분 보호되어야 하지만 공권력 행사의 이유를 은폐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국가가 사기업의 인공지능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결정 근거를 설명할 책임까지 외주화할 수는 없다.

6. 영향평가의 독립성과 공개성 강화

고영향 인공지능 영향평가는 단순한 내부 문서가 아니라 위험을 발견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되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적·대규모 시스템에는 사전평가를 의무화하고, 영업비밀과 보안정보를 제외한 핵심 결과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평가 과정에는 실제로 영향을 받는 집단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

  • 장애인
  • 고령자
  • 노동자
  • 소비자
  • 학생과 학부모
  • 소수자와 취약계층
  • 관련 시민사회와 전문가

7. 독립적 감독과 실효적인 구제

인공지능 정책을 진흥하는 기관이 동시에 규제와 권리구제를 전담하면 산업정책이 국민의 권리보다 우선할 수 있다.

따라서 고영향 인공지능의 조사·감사·시정 및 개인의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기능에는 일정한 독립성이 필요하다.

감독기관은 다음과 같은 권한을 가져야 한다.

  • 자료제출 요구
  • 알고리즘 및 데이터 감사
  • 현장조사
  • 시정명령
  • 일시적인 사용중지 명령
  • 과징금 또는 과태료 부과
  •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 반복적 위반행위의 공표

개인은 전문성과 비용의 한계 때문에 거대 기업이나 국가기관을 상대로 혼자 다투기 어렵다. 일정한 경우 단체에 의한 권리구제, 집단분쟁조정 또는 대표소송과 같은 절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Ⅷ. ‘인공지능 사회보험’의 가능성과 한계

보편적 접근권을 구체화하는 정책모델로 ‘인공지능 사회보험’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국가가 하나의 인공지능을 개발해 국민에게 배급하는 제도가 아니다. 경제적 이유로 필수적인 인지 역량에서 배제될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는 제도다.

건강보험이 모든 병원과 의사를 국유화하지 않으면서 치료 접근을 보장하듯이, 복수의 공급자와 이용자의 선택을 유지하면서 기본적인 AI 이용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AI 이용은 질병이나 실업처럼 우연한 보험사고라기보다 교육·통신과 같은 지속적인 사회 기반에 가깝다. 따라서 법적 명칭은 다음과 같이 달라질 수 있다.

  • 인공지능 사회보험
  • AI 기본서비스
  • 국민 AI 보장제
  • 보편적 인공지능 접근보장
  • 인공지능 접근 바우처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보장의 내용이다.

재원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조합할 수 있다.

  1. 일반재정
  2. 고급서비스 이용자의 추가 부담
  3. 인공지능으로 대규모 생산성 이익을 얻는 기업의 분담
  4. 공공 교육·고용·복지 예산과의 연계
  5.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공동부담

기본 수준은 공동체가 보장하되 무제한 또는 최고급 연산까지 공동부담으로 제공할 필요는 없다.

또한 국가는 이용자의 구체적인 질문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자격과 총사용량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접근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사고와 관심사를 수집한다면 보장제도 자체가 감시 인프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Ⅸ. 규제의 실패를 막기 위한 제도 설계

시장 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면 정부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인증제도는 기존 대기업의 진입장벽이 되고, 공공지원은 특정 기술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변질되며, 안전 규제는 정치적 검열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독립적 감독기구 역시 전문성 부족과 규제 포획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므로 개정법은 국가의 권한을 확대하는 조항과 동시에 그 권한을 통제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

필요한 제도적 장치는 다음과 같다.

  • 감독기관의 독립성과 다원적인 구성
  • 의사결정 과정과 이해관계의 공개
  • 정기적인 규제영향평가
  • 중소기업과 오픈소스에 대한 비례적 의무
  • 규제의 일몰 및 재검토 조항
  • 지원기관과 감독기관의 기능 분리
  • 행정결정에 대한 사법적 통제
  • 시민사회와 영향을 받는 집단의 참여
  • 공급자 변경권과 데이터 이동권 보장

좋은 AI 거버넌스는 모든 실패를 완전히 제거하는 체계가 아니다. 시장·국가·기술기업 가운데 어느 하나도 영구적인 지배권을 얻지 못하게 하는 체계다.

국민이 공급자를 바꿀 수 있고, 국가의 결정을 다툴 수 있으며, 독립 연구자가 시스템을 검증하고, 법원이 권리침해를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Ⅹ. 결론: 배제되지 않고 지배되지 않을 권리

현행 AI 기본법은 산업 발전과 신뢰 확보를 함께 규율하려 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투명성 의무와 고영향 인공지능의 위험관리, 인간의 감독을 법제화했다는 점도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사회적 능력의 기반이 되는 시대에는 산업 진흥과 사업자 관리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의 AI 기본법은 국민을 정책의 수혜자나 보호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권리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일정 수준의 인공지능 능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되, 누구도 인공지능의 분류·예측·결정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접근권 없는 자유는 능력을 잃은 형식적 자유가 되기 쉽고, 자유 없는 접근은 감시와 통제에 참여하도록 강요받는 일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의미의 AI 거버넌스란 모든 사람이 인공지능의 능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누구도 인공지능의 판단에 지배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질서다.

산업사회는 질병·산재·실업·노령을 개인이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위험으로 발견하면서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의했다. 인공지능사회 역시 새로운 국가의 역할을 요구한다.

국가는 AI의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인간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접근권을 보장하는 국가 자신이 국민의 사고와 선택을 감시하고 지배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AI 기본법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산업지원 조항이나 더 세밀한 사업자 체크리스트만을 추가하는 데 있지 않다. 인공지능사회에서 인간이 어떠한 지위를 가져야 하는지를 선언하고, 그 선언을 구체적인 권리와 구제절차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그 출발점은 간명하다.

AI로부터의 배제를 막고, AI에 의한 지배를 막는 것.

그것이 앞으로 한국 AI 기본법이 지향해야 할 사회적 AI 거버넌스의 두 축이다.


참고 법령·자료

  1.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법률 제21311호, 2026. 7. 21. 시행.
  2.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대통령령 제36506호, 2026. 7. 21. 시행.
  3. 「개인정보 보호법」 중 자동화된 결정 및 정보주체의 권리에 관한 규정.
  4.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본법 및 하위법령 관련 정책자료.
  5. 참여연대 등 22개 노동·시민사회단체, 「2026년 1월 인공지능법 시행, 어떤 일이 벌어지나」, 2025. 12. 8.

※ 이 글은 현행법의 체계와 정책 방향을 검토한 시론으로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이 아니다.

AI 기본법의 개정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