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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당행위 — 고소·고발 시 개인정보 제출의 위법성 조각

Created May 22, 2026, 6:12 PM · Updated May 22, 2026, 6:12 PM

형사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제출할 때 피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첨부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긴장 관계 속에서 고소·고발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제출이 위법한지, 위법하다면 어떤 경우에 정당행위로 인정되는지가 실무상 중요한 쟁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당행위의 경계를 분석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기본 구조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다음의 예외 사유가 있을 때에만 허용합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4.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는 이를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소·고발 시 개인정보 제출의 필요성

형사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작성할 때 피고소인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다음 정보가 필요합니다.

  • 성명
  • 주민등록번호 또는 생년월일
  • 주소
  • 전화번호
  • 직장 정보

이러한 정보 없이는 수사기관이 피고소인을 특정하고 소환할 수 없으므로, 고소·고발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는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하며,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은 제3자 제공에 해당합니다.


경찰서 고소장 접수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도6992 판결

대법원은 고소·고발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제출이 일정한 요건 하에서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대표이사를 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고발장에 대표이사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기재하여 검찰청에 제출하였습니다. 대표이사는 피고인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하였고, 검사는 기소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목적의 정당성: 형사고발은 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2. 수단의 상당성: 피고발인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 제공이 불가피합니다.
  3. 법익균형성: 고발권 행사라는 헌법적 권리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법익을 비교할 때, 전자가 우선합니다.
  4. 긴급성: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 신속한 고발이 필요합니다.

결론

"형사고발을 위하여 피고발인의 인적사항을 기재한 고발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행위는, 그것이 피고발인에 대한 범죄 혐의를 소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것이고 피고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할 목적이 아닌 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


정당행위가 부정되는 경우

대법원 판례는 다음의 경우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1. 필요한 범위를 초과한 개인정보 제공

고소·고발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넘어서 과도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 피고소인의 가족 구성원 정보
  • 재산 상태에 대한 구체적 정보
  • 건강 상태나 병력
  • 성적 지향이나 성생활에 관한 정보

이러한 정보는 피고소인 특정에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이를 포함한 경우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2.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목적이 명백한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14. 선고 2020고단7843 판결은 피고인이 고소장에 피해자의 과거 범죄 경력, 이혼 사실, 채무 상황 등을 상세히 기재하여 제출한 사안에서, "이는 고소에 필요한 범위를 명백히 초과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를 인정하였습니다.

3. 허위 고소·고발인 경우

고소·고발 자체가 허위이거나 무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애초에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니므로, 정당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없습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10000 판결).


민사소송에서의 개인정보 제출

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소장에 기재하거나 증거로 제출하는 것도 유사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0. 7. 23. 선고 2019나2056478 판결은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하여 피고의 인적사항을 기재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민사소송의 경우에도 소송 수행에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상대방의 사생활이나 영업비밀 등을 과도하게 공개하는 것은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 개인정보를 공개한 경우

형사 고소·고발이나 민사소송과 달리,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7도8137 판결

피고인이 인터넷 카페에 피해자의 실명, 주소, 전화번호를 게시하며 "사기꾼"이라고 비난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공개적인 인터넷 게시판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설령 그 목적이 부정한 거래 상대방에 대한 경고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변호사의 개인정보 수집 및 제공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리하여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고소장에 기재하는 것은 어떻게 평가될까요?

변호사법 제3조와의 관계

변호사법 제3조는 변호사의 직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가 포함됩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리하여 고소장을 작성·제출하는 것은 변호사의 직무 수행에 해당하므로,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2호(법령상 의무 준수를 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3. 10. 선고 2021고단6547 판결은 "변호사가 의뢰인을 대리하여 상대방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제출하는 과정에서 피고소인의 인적사항을 기재한 것은 변호사법상 직무 수행에 해당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실무 대응 전략

고소·고발인 입장

  1. 필요 최소한의 정보만 기재: 피고소인 특정에 필요한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정도만 기재
  2. 과도한 사생활 정보 배제: 혼인 관계, 재산 상태, 병력 등은 범죄 입증에 필수적이지 않다면 제외
  3. 변호사 선임: 변호사를 통한 고소·고발은 직무 수행의 일환으로 인정받기 쉬움

피고소인 입장

  1. 고소장 열람: 고소장에 과도한 개인정보가 포함되었는지 확인
  2.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고소: 필요 범위를 초과한 개인정보 제공이 있다면 역고소 고려
  3. 민사상 손해배상: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민사소송 제기 가능

안국법률사무소와 상담하세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는 고소·고발의 정당성, 제공된 정보의 범위, 제공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고소·고발을 준비 중이거나, 반대로 개인정보 침해 피해를 입으신 경우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안국법률사무소는 형사 고소·고발 대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 정당행위 항변 등 전 과정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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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당행위 — 고소·고발 시 개인정보 제출의 위법성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