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 초기, 조합 설립 전 단계에서 활동하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는 주민들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약속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이 정도 보상은 해드리겠다", "현금이나 현물로 보상해 드리겠다"는 식의 약정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추진위가 이런 약속을 했더라도, 나중에 정식으로 설립된 조합이 그 약속을 이행할 의무가 있을까요?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다260405 판결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토지 소유자에게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현금 및 현물 보상을 약정하였습니다. 이후 정식으로 조합이 설립되었고, 원고(토지를 매수한 자)는 그 약정에 따른 이행을 조합에 청구하였습니다.
원고는 추진위가 체결한 약정은 조합 정관의 승계 조항에 따라 조합이 승계하였거나, 최소한 조합이 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1항은 추진위원회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다음과 같이 한정하고 있습니다.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2조는 이를 구체화하여 동의서 징구,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하는 사항 등을 추진위의 업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1항 및 시행령 제22조의 규정 취지를 분석하여, 추진위원회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는 조합설립을 위해 필요한 준비업무에 한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히,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방법을 정하는 업무는 추진위원회의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추진위원회가 토지 등 소유자에게 현금이나 현물 보상을 약정하는 것은 법령에 정한 추진위원회의 권한 범위에 속하지 않는 것이어서 조합에는 효력이 없다.
즉, 추진위가 아무리 구체적인 보상을 약속했더라도, 그것이 추진위의 법정 권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면 이후 설립된 조합은 그 약속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합 정관에 "추진위원회가 행한 행위는 관계 법령 및 이 정관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조합이 승계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이 승계 조항 역시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의 행위에만 적용된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실무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도시정비법은 추진위원회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에도, 실무에서는 추진위가 법령에서 허용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추진위원회는 조합 설립을 위한 준비 기관에 불과하고, 보상 조건 등 조합의 본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임의로 약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습니다.
대법원 2024다260405 판결은 다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추진위원회의 약속만 믿고 동의서에 서명하거나 재산권 행사를 결정하면 나중에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 관련 법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와 사전에 충분히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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