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오늘날, 임종을 앞둔 부모님이 병실에서 자녀의 휴대전화로 유언을 녹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원본 녹음파일이 실수로 삭제되거나 기기 고장으로 복원 과정에서 변형되었다면, 그 유언은 여전히 법적 효력이 있을까요?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다217534 판결은 바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답한 중요한 판결입니다. 스마트폰 녹음 유언의 원본파일이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후 원본이 삭제된 상황에서, 전송된 복사본을 토대로 유언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망인은 2018. 8. 24. 사망하였고, 그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원고 1)와 자녀 세 명(원고 2, 원고 3 및 피고)이 있었습니다.
망인이 사망하기 약 6개월 전인 2018. 2. 27., 자녀 중 한 명인 원고 3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망인의 유언을 녹음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고 3은 녹음 직후 해당 원본파일을 카카오톡으로 원고 3 자신에게 전송한 뒤 원본파일을 휴대전화에서 삭제하였습니다.
이후 법원에서 검인 절차가 진행되었고, 제출된 파일에 대해 피고 측은 "저장 일자 기록을 보면 파일이 편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효력을 다투었습니다. 원고 3 측은 "휴대전화가 고장나 복원하는 과정에서 수정 일시가 달라진 것"이라고 반박하였습니다.
민법 제1067조는 녹음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직접 육성으로 내용을 밝혀야 하고, 반드시 증인이 입회하여 그 정확성을 확인하는 구술을 하여야 합니다. 자필증서 유언과 달리 서면이 필요 없는 대신, 증인 요건이 엄격하게 요구됩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유언증서가 성립한 후에 멸실되거나 분실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유언이 실효되는 것은 아니고, 이해관계인은 유언증서의 내용을 증명하여 유언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는 녹음에 의한 유언이 성립한 후에 녹음테이프나 녹음파일 등이 멸실 또는 분실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즉, 원본 녹음파일이 삭제되거나 유실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유언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유언이 적법하게 성립하였음을 다른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으면 유효로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원심 감정인들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다음 사실들을 확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감정 결과가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현저한 잘못이 없는 이상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원심이 검인파일을 원본과 동일한 것으로 인정하여 유언의 효력을 인정한 것은 적법하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중요한 한계도 함께 제시하였습니다. 원본의 존재 및 진정 성립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사본만으로는 원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원본을 제출하지 못하는 정당한 사유(예: 기기 고장, 복원 과정에서의 변형 등)를 해당 서증을 제출한 당사자가 직접 주장·입증하여야 합니다.
이 판결 이후 녹음 유언을 준비할 때는 다음 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대법원 2023다217534 판결은 다음을 명확히 합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시대에 병실 녹음 유언은 점점 더 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파일 관리 소홀 한 번으로 수십 년의 가족 관계가 법정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언은 작성 시부터 보관, 검인 신청까지 전 과정을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진행하시기를 강력히 권고드립니다.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 정희찬 010-2774-3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