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환자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격리된 상태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사망 3일 전 남긴 유언. 이 유언이 민법상 적법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4다309430 판결은 이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유언의 법적 효력을 판단하면서, 구수증서 유언이 허용되는 '급박한 사유'의 기준을 실질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중요한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망인은 폐암 말기 및 폐렴 등으로 입원 중이었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감염되어 격리 상태에 있었습니다. 망인은 유언일로부터 단 3일 후에 사망하였습니다.
망인은 유언 당시 산소호흡기 및 여러 의료기구를 착용하고 있었고, 호흡곤란 증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발음에 장애가 있었으며 자유롭게 말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상당히 곤란한 상태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증인이 미리 작성된 유언 내용이 담긴 서면을 토대로 망인에게 질문하고, 망인이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이에 긍정하는 방식으로 유언이 이루어졌습니다. 원심은 이 유언을 녹음 유언으로도, 구수증서 유언으로도 인정하지 않았고, 원고가 상고하였습니다.
민법 제1070조 제1항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구수증서 유언은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 등 일반적인 유언 방식을 이용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최후의 유언 방식입니다.
대법원은 먼저 구수증서 유언에서 요구되는 '유언취지의 구수'의 의미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유언취지의 구수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증인이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 취지가 적힌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은,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수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이 사건에서 이루어진 방식 — 증인이 질문하고 망인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간략히 답하는 방식 — 은 원칙적으로 구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원심은 망인이 녹음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구수증서 유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원심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이 다른 방식으로 유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구체적 사정을 감안하면 당시 망인에게 '급박한 사유'가 존재하였는지를 다시 심리하여야 한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구수증서 유언의 '급박한 사유'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24다309430 판결은 다음 원칙을 확인하였습니다.
임종에 임박한 상황에서의 유언은 그 어떤 경우보다 섬세한 법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유언자의 마지막 의사가 법적으로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전에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가장 안전한 유언 방식을 준비해 두시기를 권고드립니다.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 정희찬 010-2774-3211